한국어 교육은 치유
인류의 진보가 계속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와 통역사를 들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외국어 교육이 불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기계가 통역과 번역을 능숙하게 하는데 왜 외국어를 배울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시대에는 외국어교육이 필요 없을까요? 자동번역의 시대에도 외국어교육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런 세상에서 한국어교육은 필요할까요?
인공지능 시대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언어번역과 통역이 정확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인공지능의 많은 명령이 언어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히 언어를 습득할 뿐 아니라 상황에 맞추어 인간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인간을 위로하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 교육, 학습은 필요할까요? 저는 이러한 질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말 AI시대에 외국어공부가 필요할까요? 모든 통번역이 가능한 시대에 외국어는 왜 배워야 할까요? 외국어를 지식의 수단으로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외국어를 배우지 않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그러나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단순히 정보 습득만이 목적이 아닙니다. 외국어를 배워서 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려는 것이고, 그들이 쓰는 문화를 배우고 느끼려고 배우는 겁니다.
외국어 학습을 통해 인간은 새로운 능력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언어는 단순히 정보가 아닙니다. 언어는 인간 그 자체라고 할 정도 수많은 인간의 사고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언어에는 문화가 반영되어 있죠. 따라서 언어를 배우면 인간에 대하여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즉 인간에 대해 공부하고, 말 속에 담긴 진리를 파악하는 것도 외국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되는 겁니다.
또한 언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행위는 그 자체로도 심리적 위안이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국어 교육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치유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전혀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지금까지의 외국어교육은 경쟁의 도구였으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점수가 중요하고 합격 기준이 되는 언어교육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언어교육은 경쟁 이외의 목적이 오히려 큽니다. 심리적인 치유가 언어 교육에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독서, 글쓰기 등을 활용한 치료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도 모두 언어교육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음악. 미술, 무용 등을 활용한 예술 치료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는 한류, 국악, 민요 등을 활용하는 한국학 교육의 범주에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학습자에 따른 맞춤 치유는 학습자의 동기 유발, 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언어를 배우면서 새롭고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언어교육 치유는 앞으로의 세계에 꼭 필요한 언어교육 방안이 될 겁니다.
저는 한국어교육이 인간의 치유에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중에는 치유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매우 많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치유가 필요하지 않은 학습자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재외동포 아이들, 한국에 온 유학생,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중도입국청소년, 해외입양인 등을 생각해 보면 느낌이 더 다가올 겁니다. 또한 급증하고 있는 한국어 성인학습자, 고령자 학습자를 생각해 보면 언어교육 치유가 언어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게도 한국어교육이 치유의 방안임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행복해 졌다는 선생님도 아주 많습니다. 한국어교육은 치유입니다. 앞으로 꼭 기억해야 할 가치입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iiejhy@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