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아름다운 언어, '와이(Wai)'에 담긴 이야기
'미소의 나라' 태국에 발을 딛는 순간, 당신은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인사의 주인공은 바로 태국인의 얼굴에 흐르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고유의 인사법, '와이(Wai)’이다. 마치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이 동작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태국인의 정신과 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아름다운 몸짓이다. 하지만 이 익숙한 '와이'가 어떻게 태국인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을까? 그 유래를 찾아보자.
손을 모아 합장하듯 하는 태국의 인사법 ‘와이’의 역사와 인사할 때 ‘싸와디’(크랍, 또는 카 : 남자와 여자의 다른 존칭 맺음말)는 그 역사와 유래가 다르다. 와이는 고대 인도의 문화와 종교적 영향을 통해 왕실과 불교와 힌두교를 통해 전파된 듯 하다. 존경의 의미로 사용되던 합장(안자이 무드라) 자세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합장 자세가 불교와 함께 동남아시아로 전파되면서 태국에 정착했고 수세기에 걸쳐 태국만의 독특한 ‘와이’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부처에게 연꽃을 바치는 행위와도 연결되어 있는 ‘와이’는 손바닥 사이에 공간을 살짝 두어 연꽃 봉오리 모양을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인사법이다.
손끝에서 피어난 존경의 역사
싸와디 이전의 시대
지금은 유명해진 ‘싸와디’가 많은 사람들의 인사가 되기 전, 태국 사람들에게 지금과 같은 격식있는 인사법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대신 일상적인 대화에 종종 ‘낀 카오 르 양?’ 식사하셨어요? 또는 ‘빠이 나이 마?’ 어디 다녀오세요? 와 같은 가벼운 질문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것과 비슷했던 것이다.
싸와디의 탄생
그렇다면 싸와디는 언제부터 보편적으로 태국인들이 사용했을까? 지금은 흔한 이 단어의 기원은 태국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국 라디오 방송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었고, 라디오 진행자들은 프로그램 말미에 ‘라뜨리 싸왓’ 안녕히 주무세요… 라는 문구로 방송을 마쳤다고 한다.
꽤나 공손한 표현이었지만 일부 사람들은 해당 표현이 영어에서 직접 번역된 것처럼 들리고 태국 특유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이 태국 문화에 더 적합하고 독특한 태국식 인사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고.
이때 등장한 인물이 태국의 탁월한 학자이자 언어학자인 “프라야 우파낏 씰라파산”이었다. 그는 태국의 선의 정신을 구현할 새로운 단어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프라야 우파낏은 고대 산스크리트어에서 영감을 받아 ‘싸와디’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싼스크리트어에서 ‘쑤’는 ‘좋음’을 의미하고 ‘아스티’는 ‘가지다’ 또는 ‘이다’를 의미한다. 따라서 ‘싸와디’는 대략적으로 ‘당신에게 선함과 안녕이 있기를 바랍니다’로 번역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선한 소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는 아름다운 방법이 되었다.
싸와디라는 단어는 빠르게 유행하여 태국인들이 서로 인사하는 표준적인 방법이 되었다. 과거의 일상적인 질문들과는 달리, 이 새로운 인사말은 친절, 건강, 번영이라는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격식있고 정중하며 태국 특유의 방식으로 타인에게 안녕을 빌어주는 인사법, 그것이 태국인들이 주로 하는 싸와디 인사말이다.
단순한 인사를 넘어선 사회적 언어
'와이'는 태국 사회의 섬세한 사회적 위계를 반영하는 독특한 언어이기도 하다. 단순히 손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합장한 손의 위치와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 따라 존경의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와이' : 주로 친구나 비슷한 또래에게 건넬 때 사용한다. 손을 가슴 높이로 모으고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존경의 '와이' :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선생님, 어른 등에게는 손을 코끝 높이까지 올리고 조금 더 깊이 고개를 숙인다.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와이': 스님이나 왕족, 또는 불상에게 '와이'를 할 때는 손을 이마까지 높이 올리고 허리를 깊이 숙여 거의 땅과 수평을 이룰 정도로 정중하게 인사한다. 이는 태국 사회에서 가장 신성하고 존경받는 존재에게 바치는 최고의 예의를 의미한다. 특히 태국인들은 왕을 '살아있는 부처'로 여기기 때문에, 왕에게 올리는 '와이'는 종교적 경외심까지 담고 있다.
이처럼 '와이'는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며, 태국인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필수적인 소통 방식이다. 태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와이'를 배우며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 겸손의 미덕을 체득한다.
현대 태국 속 '와이'의 가치
20세기 초, 서구 문물의 유입과 함께 태국 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당시 태국의 민족주의 정부는 태국만의 고유한 문화를 정립하고자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와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인사법을 넘어, 태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오늘날 '와이'는 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가장 먼저 배우고 싶은 태국 문화로 손꼽힌다. 복잡한 비즈니스 미팅에서부터 길거리 상인과의 소박한 거래에 이르기까지, 태국 곳곳에서 '와이'는 끊임없이 오고 간다. 외국인이 어설프게나마 '와이'를 건네면 태국인들은 기꺼이 따뜻한 미소와 함께 받아준다. 이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와이'는 단순히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태국의 역사, 종교, 사회적 가치, 그리고 사람 간의 존중과 배려가 응축된 아름다운 몸짓이다. 태국을 여행하며 '와이'를 건네는 순간, 당신은 그들의 문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진정한 '미소의 나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