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회의 내면적 분노, 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안전한가?
방콕 오또꺼 시장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다시 들여다보는 태국 사회의 이면
지난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오후, 방콕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인 오또꺼 시장에서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나콘랏차시마 도 출신의 60세 남성 노이 프라이덴 씨가 저지른 이 사건으로 자신을 포함해 총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평범한 공휴일 오후에 벌어진 참극
사건은 공휴일 오후 12시 31분경 시작되었다. 노이 씨는 택시 운전사를 총으로 위협해 오또꺼 시장까지 이동한 뒤, "시장 경비원들을 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1번 출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즉시 경비원 3명에게 총격을 가했고, 이어서 4번째 경비원인 아난 판추언 씨(52세)를 추격해 경비 초소에서 살해했다.
시장 안으로 들어간 노이 씨는 여성 노점상인 자냐난 사타야타나롯 씨(64세)를 쏜 후, 자기 아내의 상점 근처 벤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사망자는 경비원 4명(아난 판추언 52세, 위차 상디 55세, 프리차 차이야 44세, 솜삭 텟사탐야 51세)과 노점상 자냐난 사타야타나롯(64세), 그리고 가해자인 노이 프라이덴(60세) 씨였다. 두 명의 여성 노점상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5년간 쌓인 분노의 폭발
초기에는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과 연관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전혀 다른 동기가 밝혀졌다. 범인의 아내 진술에 따르면, 2019~2020년에 발생한 개인적인 원한, 즉 자신의 픽업트럭에 흠집이 난 사건에서 비롯된 오랜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사소해 보이는 차량 훼손 사건이 5년여에 걸쳐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진 것이다.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남편은 술을 마실 때마다 그 차량 훼손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한다. 이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태국인의 내면에 얼마나 깊은 분노가 축적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다.
'짜이옌옌(ใจเย็น)'과 억압된 감정의 역설
태국 문화의 이중성
태국인들은 일반적으로 '짜이옌옌(ใจเย็น)', 즉 '마음을 시원하게(냉정하게) 하라', '침착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며 온화하고 여유로운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 뻰 라이(ไม่เป็นไร, 괜찮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태국인의 관용적 태도는 표면적으로 갈등을 회피하고 평화를 중시하는 문화적 특징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태국 사회의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감정을 억누르고 속으로 삭이는 문화적 특성이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내면에는 해소되지 않은 분노와 좌절감이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인의 '화(火)'와의 비교
한국인들이 분노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경향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인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때로는 격렬하게 항의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이러한 직접적 표현 방식은 갈등을 표면화시키지만, 동시에 감정의 배출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반면 태국인들의 감정 억압 문화는 내면의 분노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지를 이번 사건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차량 훼손이라는 사소한 사건이 5년간 지속된 분노로 발전하고, 결국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진 것은 이러한 문화적 특성의 어두운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이 알아야 할 안전 수칙
미묘한 신호 읽기의 중요성
태국은 우리들에게 친절하고 온화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태국 사회의 복합적인 면모를 이해하고 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감정에 대한 민감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국인들은 직접적인 갈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즉시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은 태국인들과 소통할 때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이나 비언어적인 신호를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라도 상대방이 불쾌해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즉시 사과하고 상황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갈등의 위험성
사소한 분쟁의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작은 불만이 큰 분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주차 문제, 경미한 시비, 서비스 불만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분쟁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능한 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섣부른 언쟁이나 공격적인 태도는 상대방의 내재된 분노를 촉발할 수 있다.
제도적 해결과 음주 시 주의사항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법규 준수 및 제도적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태국은 총기 소지가 엄격히 규제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불법적인 총기 사용의 위험도 상존한다. 어떤 경우에도 자력 구제나 감정적인 보복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
음주 시 언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범인의 아내가 남편이 술을 마실 때마다 차량 훼손 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고 진술한 것처럼, 음주는 자제력을 잃고 내재된 분노를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는 음주 시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문화적 이해와 안전한 타국 생활
이번 오또꺼 시장 총기 난사 사건은 태국 사회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건이다. 5년간 쌓인 개인적 원한이 무고한 시민들의 생명을 앗아간 이 참극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분노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들은 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더욱 안전하고 평화로운 태국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적인 평화 뒤에 숨겨진 감정의 역동성을 이해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세심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태국의 '짜이옌옌' 문화를 존중하되, 그 이면에 억압된 감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작은 갈등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