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했던 태국 커피는 옛말"
2월 11일부로 '보통 맛'이 바뀐다
카페 아마존, 세븐일레븐 등 주요 체인, '보통' 주문 시 당도 절반으로 뚝 정부의 '넛지' 전략과 기업의 '원가 절감' 이해관계 맞물려 기존 '달달한 커피' 원하면 "100%" 별도 주문 필수
태국의 아침을 깨우는 달콤한 커피 한 잔의 풍경이 다음 주부터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오는 2월 11일부터 태국 전역의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보통(Normal Sweetness)"으로 음료를 주문할 경우, 기존 당도의 절반 수준인 음료를 받게 된다.
이는 단순한 레시피 변경이 아니다. 비만과 당뇨 등 비전염성 질환(NCDs)과의 전쟁을 선포한 태국 보건 당국의 강력한 의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속에서 마진을 방어하려는 기업의 셈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넛지(Nudge)'로 바꾸는 입맛... 강제성 대신 자연스러운 변화 유도
태국 보건부는 이번 조치에 행동경제학의 '넛지 이론'을 적용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기본 설정값(Default option)'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동안 태국의 '보통 당도'는 한국인 입맛에는 '지나치게 단(Very Sweet)' 수준이었다. 하지만 11일부터 카페 아마존(Café Amazon), 인타닌(Inthanin), 세븐일레븐의 올 카페(All Café), 블랙 캐년(Black Canyon), 푼타이(Punthai) 등 9개 주요 브랜드 매장에서 '보통'을 주문하면 자동으로 당도 50% 수준의 음료가 제공된다.
보건부 데이터에 따르면, 이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16온스(약 470ml) 커피나 타이 밀크티 한 잔에 들어가는 설탕은 약 3.3~3.7 티스푼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 하루 당류 섭취 제한량인 6티스푼의 절반 수준으로, 건강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 기업들의 속내 : 건강 챙기고 원가도 줄이는 '일거양득'
업계가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배경에는 경제적 논리가 숨어 있다. 캔이나 병에 든 RTD(Ready-to-Drink) 음료는 리터당 설탕 함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기 쉽지만, 매장에서 직접 제조하는 음료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번 파트너십은 기업들에게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설탕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시럽과 설탕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변동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법이 된다. 판매 가격은 유지하되 재료비는 줄임으로써 이익률을 보전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태국 소비세국(Excise Department)은 2026년 설탕세 징수 목표를 5,782억 바트(약 171억 달러)로 잡고 있을 만큼, 당류에 대한 과세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스낵류에 대한 '나트륨세(Sodium Tax)' 도입까지 검토되고 있어, 식품업계 전반에 '저당·저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 스타벅스 등 외국계는? "글로벌 표준 유지하되 커스텀으로 대응"
그렇다면 교민들이 즐겨 찾는 스타벅스(Starbucks)나 팀홀튼 같은 글로벌 브랜드는 어떨까. 현지 업계 동향 자료를 분석해 보면, 이들 외국계 기업은 이번 9개사 MOU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11일부터 즉각적인 '강제 레시피 변경'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글로벌 레시피 표준화' 정책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맛을 내야 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특성상, 태국 지사 독단적으로 기본 레시피의 시럽 펌프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대신 이들은 이미 정착된 '퍼스널 옵션(커스텀)' 문화를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당도를 조절하도록 유도하거나, 'Less Sweet' 메뉴를 앱 상단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간접 대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 교민 사회 실전 팁 : "완 100%(Wan 100%)"을 외쳐야 할 때
태국 거주 교민들에게 이번 변화는 당장 다음 주 수요일(11일)부터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평소 "태국 커피는 너무 달다"며 '완 너이(덜 달게)'나 '마이 완(달지 않게)'을 주문하던 교민들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다. 별도의 요청 없이 주문해도 입맛에 맞는 적당한 당도의 커피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곤한 오후, 태국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커피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주문법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보통으로 주세요"라고 하면 밍밍한 커피를 받게 된다. 기존의 맛을 원한다면 반드시 "완 러이퍼센(당도 100%로 주세요)" 또는 "완 뽁까띠 벱 덤(원래대로 달게 주세요)"이라고 명확히 의사를 밝혀야 한다.
태국 보건당국은 소비자의 입맛이 서서히 덜 단 맛에 길들여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극강의 단맛'을 즐겨온 태국 현지인들과 일부 여행객들이 이 강제된 '싱거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당장 다음 주, 출근길 모닝커피 주문 시 당황하지 않도록 달라진 '기본값'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편집국장 Check]
✽ 시행일 : 2026년 2월 11일
✽ 대상 : 카페 아마존, 인타닌, 올 카페(7-11), 푼타이 등 주요 로칼 체인
✽ 핵심 : 아무 말 없이 주문하면 당도는 예전의 '절반' 수준으로 나옴.
✽ 팁 : 단 것을 좋아하면 반드시 "Full Sugar" 또는 "완 100%"를 요청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