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와 맞바꾼 건강 태국에서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할 음식 10가지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6/08/28 10:20

‘조회수’와 맞바꾼 건강 태국에서 날것으로 먹지 말아야 할 음식 10가지

간흡충은‘태국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조리 방식의 문제다
라임과 술, 짧은 발효만 믿어서는 안 돼

태국은 미식의 천국이다. 똠얌꿍과 팟타이, 쏨땀을 굳이 세계적인 음식 순위에 올려놓지 않더라도 이 나라의 식탁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는 오래 살아본 사람일수록 잘 안다. 우리 교민들에게도 태국 음식은 더 이상 여행지의 별미가 아니다. 점심 한 끼이고, 퇴근길 포장 음식이며, 가족이 함께 나누는 일상의 맛이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보다 보면 걱정스러운 장면과 자주 마주친다. ‘현지인만 먹는 진짜 로컬 음식’, ‘태국 하드코어 음식 도전’ 같은 제목 아래 살아 있는 새우나 날생선, 피가 섞인 생고기를 먹는 모습이 마치 용기의 증명처럼 소비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먹는 데서 콘텐츠의 자극을 끌어내는 것이다.

음식 문화를 낯설다는 이유로 혐오하거나 과장할 일은 아니다. 반대로 ‘현지 문화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의학적으로 확인된 위험까지 감수할 이유도 없다. 맛은 존중하되, 위험한 조리법 앞에서는 젓가락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

7월 7일 경고, 무엇이 사실인가
지난 7월 7일 태국 질병관리국(Department of Disease Control·DDC)은 마하사라캄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간흡충 선별검사 논란과 관련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소변을 이용한 OV-ATK 검사는 어디까지나 1차 선별검사이며, 감염 여부를 확정하려면 대변에서 충란을 확인하는 표준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DDC에 따르면 2026년 1월 1일부터 7월 7일까지 태국의 디지털 질병감시체계에 보고된 간흡충 확진자는 2,656명이었다. 이날 발표에서 보건당국이 다시 강조한 것은 숫자보다 식습관이었다. 익히지 않았거나 설익힌 민물고기, 특히 태국에서 ‘흰 비늘 민물고기(ปลาน้ำจืดเกล็ดขาว)’라고 부르는 잉어과 중심의 어종을 먹는 습관이 동남아시아 간흡충인 오피스토르키스 비베리니(Opisthorchis viverrini·OV) 감염의 핵심 경로라는 것이다.

이 기생충은 사람의 담관에서 20~30년가량 살아남을 수 있다. 감염이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만성 염증과 담관 손상을 일으켜 담관암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O. viverrini 감염 자체를 인체 발암성이 확인된 1군 발암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날생선 한 점을 먹었다고 곧바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감염은 약으로 치료할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오랫동안 방치하거나 치료 뒤에도 날생선을 계속 먹어 재감염되는 경우다. 장기간 진행된 담관의 흉터와 손상은 구충제를 복용한다고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라임을 짜면 익는다”는 오래된 착각
날생선에 라임즙을 뿌리면 살이 하얗게 변한다. 겉보기에는 익은 것 같지만 이는 산에 의해 단백질의 구조가 바뀐 것일 뿐, 불로 익힌 것과는 다르다. 라임과 타마린드, 소금, 액젓, 술을 넣었다고 간흡충 유충이 확실하게 사멸하는 것도 아니다.

발효도 한데 뭉뚱그려 말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염도와 발효 기간, 위생 기준을 갖춘 제품은 위험이 낮아질 수 있지만, 제조 조건을 알 수 없는 짧은 발효나 즉석 염장만으로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DDC가 ‘쁠라 라는 익혀 먹으라’고 거듭 권고하는 이유다. 가정과 일반 식당에서 가장 확실한 원칙은 여전히 하나다. 생선의 중심부까지 충분히 가열하는 것이다.

날것 또는 설익은 상태를 피해야 할 10가지
아래 목록은 DDC가 2026년 7월 7일 발표에서 직접 예로 든 네 종류에, DDC의 과거 안내와 마히돌대학교 시리랏병원이 경고해 온 음식 유형을 더해 정리한 것이다. 음식 자체가 ‘독’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민물고기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속까지 충분히 익혔다면 간흡충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➊ ก้อยปลาดิบ - 꺼이 쁠라 딥(koi pla dip)
민물고기를 잘게 다져 라임, 고춧가루, 볶은 쌀가루와 허브에 버무리는 이산식 요리다. 생선이 날것이라면 대표적인 고위험 음식이다. 양념이 강하고 비린내가 사라졌다고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➋ ลาบปลาดิบ - 랍 쁠라 딥(lap pla dip)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만든 랍은 익혀 내는 경우가 많지만, 생 민물고기를 쓰는 랍도 있다. 주문할 때 생선 종류와 가열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랍’이라는 음식 이름만으로 익힌 요리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➌ พล่าปลาดิบ - 플라 쁠라 딥(phla pla dip)
플라(พล่า)는 고기나 해산물을 라임과 허브에 버무린 매콤한 샐러드 계열이다. 라임에 오래 재워 생선 표면이 하얗게 변해도 열로 익힌 것은 아니다. 민물고기를 날로 썼다면 피하는 것이 맞다.

➍ ปลาส้มดิบ - 쁠라 쏨 딥(pla som dip)
쌀과 소금 등을 넣어 발효시켜 신맛을 낸 생선이다. ‘쏨’이라는 이름의 신맛과 발효 향 때문에 충분히 숙성된 안전식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날것으로 먹는 쁠라 솜은 위험할 수 있다. 굽거나 튀겨 속까지 익혀 먹어야 한다.

➎ ปลาจ่อม - 쁠라 쩜(pla chom)
작은 생선을 소금과 볶은 쌀가루 등에 발효시킨 지역 음식이다. 제조법과 숙성 기간이 집집마다 달라 ‘발효됐으니 괜찮다’고 단정할 수 없다. 별도의 가열 없이 먹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안전하다.

➏ หม่ำปลา - 맘 쁠라(mam pla)
이싼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발효 생선 음식으로, 생선과 향신료 등을 섞어 숙성한다. 충분한 열처리 없이 바로 썰어 먹는 제품이라면 간흡충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리된 제품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➐ ปลาร้าดิบ ส้มตำปลาร้า - 쁠라 라 딥·솜땀 쁠라 라 (pla ra dip som tam pla ra)
쁠라 라는 이싼 음식의 맛을 떠받치는 중요한 발효 생선이다. 모든 쁠라 라와 쏨땀이 위험하다는 말은 틀리다. 문제는 발효 조건이 불분명하거나 끓이지 않은 쁠라 라를 그대로 넣는 경우다. 쏨땀을 주문할 때는 끓여 만든 쁠라 라 소스를 쓰는지 확인하고, 위생 상태가 의심스러우면 쁠라 라가 들어가지 않는 솜땀 타이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➑ แจ่วบอง - 째우 벙(jaew bong)
쁠라 라에 고추, 마늘, 허브 등을 섞어 만든 이산식 찍어 먹는 장이다. 충분히 볶거나 가열한 제품도 있지만, 불을 거치지 않는 조리법도 있다. 시판 제품도 ‘조리 완료’ 또는 열처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➒ ปลาปิ้ง ปลาย่างที่สุกไม่ทั่ว - 쁠라 삥·설익은 쁠라 양(pla ping undercooked pla yang)
생선구이라고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숯불이 강하면 겉은 검게 그을고 속, 특히 등뼈 주변은 덜 익을 수 있다. 살이 반투명하거나 뼈 주변에 붉고 물컹한 부분이 남아 있다면 더 익혀 달라고 해야 한다.

➓ ปลาหมกไฟ หมกปลา - 쁠라 목 파이 목 쁠라 (pla mok fai mok pla)
생선과 허브를 바나나 잎에 싸서 굽거나 찌는 음식이다. 제대로 조리하면 훌륭하고 안전한 음식이지만, 두껍게 싼 잎 안쪽까지 열이 충분히 닿지 않으면 중심부가 설익을 수 있다. 포장을 연 뒤 가장 두꺼운 부분부터 확인해야 한다.

생새우 생돼지고기 생소고기도 별개의 위험이 있다
간흡충 이야기를 모든 날음식의 위험과 섞어서는 안 된다. 생민물새우는 O. viverrini 간흡충의 감염원이 아니다. 이 간흡충의 유충은 주로 특정 잉어과 민물고기를 거쳐 사람에게 옮는다. 그러나 살아 있는 작은 민물새우를 양념에 버무린 กุ้งเต้น - 꿍 뗀(kung ten)이나 날새우 요리는 오염된 물과 원재료, 조리 과정에서 유입된 병원체로 식중독이나 심한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라임과 액젓은 살균 공정이 아니다.

생돼지고기는 더 조심해야 한다. ก้อยหมูดิบ — 꺼이 무 딥(koi mu dip), ลาบหมูดิบ - 랍 무 딥(lap mu dip), 생돼지 피를 쓰는 หลู้ - 루(lu) 등은 돼지 연쇄상구균인 Streptococcus suis 감염 위험이 있다. 태국에서 ‘카이 후답(ไข้หูดับ·귀가 먹는 열병)’으로 불리는 이 감염증은 패혈증과 뇌수막염, 영구적인 청력 손실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상처 난 손으로 생돼지고기나 돼지 피를 만지는 것 역시 피해야 한다.

생소고기와 내장을 썰어 쓴맛 나는 소스에 찍어 먹는 ซอยจุ๊ - 써이 쭈(soi chu), ก้อยเนื้อดิบ - 꺼이 느아 딥(koi nuea dip), ลาบเนื้อดิบ - 랍 느아 딥(lap nuea dip)도 쇠고기촌충과 식중독성 세균 감염 위험이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고기, 병들었거나 비정상적으로 죽은 가축의 고기는 날것이든 익힌 것이든 아예 유통·섭취해서는 안 된다.

먹은 적이 있다면 겁내기보다 확인부터
간흡충 감염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과거 태국 북부나 동북부에서 민물고기 날음식을 반복해서 먹었거나, 날것으로 만든 쁠라 쏨·쁠라 라 등을 자주 섭취했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감염 검사 필요성을 상담하는 것이 좋다. 복통과 소화불량, 오른쪽 윗배의 불편감, 황달 같은 증상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의로 구충제를 사 먹기보다 검사와 의사의 처방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오래 사는 교민일수록 태국 음식을 함부로 낮춰 말하지 않는다. 그 맛 안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 생활을 알기 때문이다. 동시에 어느 지점에서 젓가락을 놓아야 하는지도 안다. 음식 문화에 대한 존중은 위험한 조리법까지 따라 하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조회수는 며칠이면 지나가지만 몸에 남은 손상은 오래간다. 민물고기는 속까지 익혀 먹고, 생돼지고기와 생소고기, 생민물새우는 호기심 때문에 입에 넣지 않는 것. 태국에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필요한 원칙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김종민 / 교민잡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