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칼퇴근 저녁이 있다는 동남아 해외취업론’의 우상과 이성

2019/02/19 20:06:10

[전창관의 방콕세설] ‘칼퇴근 저녁이 있다는 동남아 해외취업론’의 우상과 이성 어느 공중파 방송이 ‘한 달 200만원으로 귀족 부럽지 않게 사는 은퇴이민’을 운운하며 한국의 장년층 사회를 달구고, 극심한 취업난에 지친 청년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자, 동남아로 오라 !”고 떠들어대는 시리즈 기사가 언론 매체별로 다투어 보도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취업대란 헬조선 논란말고 동남아 취업으로 신남방 정책의 활로를 열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사퇴하는 사태마저 일어났다. 사실, 보도된 내용들이나 이번 청와대 고위 관료의 동남아 취업론 같은 논지가 일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국내 경제개발의 성장 파이가 일정수준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면서 국내 인력의 해외진출 현상을 동반하는 것은 한 나라의 경제발전의 선순환 과정의 하나로 간주된다.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산업경제를 성장시킨 선진제국도 동일한 행보를 걸었으며, 이는 굳이 자국회사의 해외진출거점 파견근무에만 국한된 행보로 여겨질 사안이 아니며 교역상대국의 경제발전을 조력키 위한 산업한류 브레인의 해외파견 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글로벌 상생경제구축이라는 의미도 부여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는 없는 것’이고 국민 개개인을 각자도생의 길로 바다건너 내몰 수는 없는 것이다. 언론이나 관계부처 정부관료들 모두 ‘해외취업의 우상적 허상은 무엇이고, 이성적 실상은 무엇인지’를 실상에 맞게 파악하고 여론조성과 정책추진을 해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도대체 언제적 귀족생활비용 200만 원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동키호테가 창을 뽑아 들고 봉이 김선달과 함께 풍차를 향해 내달리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이 연상되는 ‘한 달 200만원 생활비 동남아 귀족설’의 허와 실에 대해서야 따로 이야기해 무얼 할까 싶으나, 국내 청년취업문제 해결책 중 하나일 수도 있는 젊은이들의 해외취업 진출을 유도하는 시각을 고작 <저녁이 있는 푸근하고 달콤한 삶이 여기에 있다>로 몰아대는 지나친 우상적 비유 기사들을 보면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의 해외 진출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도 하고, 대학 진학률은 세계 1위라고 하지만 대졸 취업률은 50 %를 훨씬 밑도는 한국적 실업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서 해외취업과 동남아취업 진출이 갖는 매력도는 나름 그 의미가 지대하다. 그렇지만 동남아가 아메리카 신대륙이고 현지인들이 인디언이 아닌 바 에야 이런 지나친 선동적 ‘동남풍’은, 청년 조조(?)들을 제갈량의 ‘화공’의 불바다에 뛰어들게 할 수도 있고, 반면에 그들을 해외취업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청년 유비(?)가 되게 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기에 그 접근방법에 있어서 다방면의 고려가 필요하다. 국내 어느 일간지에 소개된 동남아에 취업한 26세의 여성청년 관련한 기사 내용을 예로 들어보면, “현지어를 하루 3~4시간씩 몇 개월 공부해서 일상회화가 어렵지 않은 수준이 되었고, 이후 동남아의 봉제완구 제조회사에 초봉 4,500만 원 정도에 입사해서, 4년 차에 한국 대기업 내지는 시중은행에 취업한 친구와 대등한 봉급 수준이 되었으며, 어엿한 4시 반 칼퇴근에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되었기에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을 일 년에 두어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점 외에는 모든 점이 아쉬움 없이 원활하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동남아 현지에서 어느 정도 실제로 생활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류의 기사에 대해서는 가히 뭐라고 가타부타 언급할 여지나 필요성 조차 느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국가간의 국민교육 수준 및 산업 인프라 경쟁력의 높낮이에 따라 발생하는 인적 유입과 교류는 경쟁우위 비교에 따라 발생하는 상호우위 보완과정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하겠으나, 마치 현지어 몇 달 배우고 동남아로 뛰쳐 나오면 어떻게든 좋은 직장과 여유로운 생활을 구가할 수 있는 것 같은 분위기로 현지생활에 대한 막연한 몽환적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은 금물이며, 이성적으로 현지생활의 득실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자신이 가진 장단점과 동남아 현지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역량(Competency, Technology, Know-how)은 무엇이며, 그것이 현지의 취업시장 상황과 체계적으로 연동되어 움직일 수 있게 스스로가 최적화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다. 동남아 현지 채용시장에서 자신의 내재가치가 동남아 산업사회에서의 성과(Performance)로 나타날 외재적 가치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선험 진출자의 고행담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도 있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자신과는 맞지 않는 현지생활과의 벽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으로 왔을 때 느껴지는 동남아 특유의 여유로움이 한국에서의 취업난에 허덕이던 생활 대비 여러 가지로 사뭇 호의롭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세상에 어디 공짜가 있던가 말이다. 이문화(Cross-Culture) 라는 복병과 청년들 개개인의 중장기적 라이프 사이클에서 비추어 볼 때 자신도 모르게 생길 수 있는 경력관리(Career Path)상의 괴리감은 또 다른 함정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자 ! 적벽대전에서의 동남풍’은, 제갈량이 치밀하게 화공전술을 갈고 닦은 노력과 준비된 승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밤낮으로 간절히 지성들여 갈구한 열정은 물론, 저기압을 동반한 온난전선 앞쪽에서는 동남풍이 불어온다는 것을 인지한 경험과 지략이 나은 결과물이다. 그저 난데없이 ‘동남쪽에서 불어 닥친 훈풍’에 편승해서 얻어진 승리가 아닌 것이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동남아 각 국가 별 교육환경과는 대별되는 산업지식을 소유한 우리나라 청장년층이 그 차별화된 경력과 내재한 선험적 지식을 가지고 동남아 인력 시장의 틈새(Niche Market)를 파고들어 현지 정착을 시도하는 것은 많은 효율이 부과될 수 있을 것이나, 지나치게 치열한 경쟁으로 레드오션화 된 국내 취업시장에서 벗어나려는 조건 반사적 행동으로 동남아를 그저 블루오션으로 보고 준비성없이 무조건 뛰쳐나가는 것은 어쩌면 삼국지의 조조처럼 무모하게 화공의 불바다에 뛰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동남아 해외취업 적벽대전>을 벌이고 싶은 청년취업 희망생들은, ‘꿩대신 닭’ 이라는 다소 뭉게구름 같은 피동적 돌파구 마련이나, 막연히 ‘저녁이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버리고, 현지에 대한 적응능력과 자신의 내재된 능력의 상대적 가치를 잘 판단할 줄 알아야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라는 어느 실패한 노 기업가의 말은 다분히 의미심장하기도 하지만, ‘돌다리도 두둘겨 보고 딛는 심정으로 살펴보아야 할 복병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해외에서 해야 할 일거리도 적잖은 세상이지만, 해외로 나가기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것과 준비해야 할 것이 더 많다. 누구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이 세상의 절반이라는 자신으로부터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부화뇌동함 없이 동남아 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진인사 대천명’ 이라고 했다. 동남아 취업전선에 나선 청년들은 태국에서 벌어지는 해외취업 적벽대전에서 패배한 조조가 될지 아니면 승리한 제갈량이 될 수 있을지를 ‘저녁이 있는 삶이 있다’는 동남아 태국의 산들바람(Thai Breeze)이 불어대는 열대 나뭇잎 사이로 오가는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을 어떤 정책적 가이드 라인으로 이끌 것이며, 현지 진출 기업들은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만 한다. 이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을 신성장엔진인 ‘신남방정책’의 교두보 마련과도 일맥상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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