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세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태국, 지난해 국내총생산 -6.1% 역성장...22년만의 최대 GDP성장률 하락

2021/03/10 20:52:57

[전창관의 방콕세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태국, 지난해 국내총생산 -6.1% 역성장...22년만의 최대 GDP성장률 하락 - 수출-관광 양대 산업 부진 주원인…1998년 외환위기 당시 -7.6% 감소 이후 최대 낙폭 - 화려했던 8090년대수식어 ‘바트경제권’의 지난 ‘성장의 추억’에 파묻혀 있지 말고 KLMV(크메르,라오스,미얀마,베트남)권역의 허브국가로서 정치경제적 구조변모 갖춰 나가야 ▲ 쁘라찐부리에 소재한 혼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 사진출처 : Honda Thailand 흔히들 “태국인들의 뿌리깊은 자긍심의 기저에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지로 전락한 경험이 없는 그들만의 역사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보다 더 한층 현실적으로 태국민들에게 내재된 태국 현대사의 자부심은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사회주의에 휘말리지 않고 불교와 국왕을 근간 삼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맹주로서 바트경제권을 일구며 살어온 역사”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국경제는 1990년대 연평균 8.4%의 고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IMF 홍역을 겪고 난 이후 중진국 함정에서 허우적거리는가 싶더니 201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3% 이하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모습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이런 난항을 겪는 시기가 너무 길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에 시달리게 되자 여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유난히 심각한 타격을 받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태국의 자존심에 더 한층 흠집을 내는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바트경제권을 형성했던 태국경제가 계속 옆 걸음질 치는 와중에, KLMV국가 중에서 베트남이 괄목한 고도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출고하는 핸드폰의 절반을 생산할 규모의 해외공장 설립지로 베트남을 선택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베트남이 자체 토종 브랜드 빈패스트 자동차까지 생산하기 시작하자 아세안 제2의 경제대국 태국의 위상이 다소 흔들리는 기색 마저 보이고 있다. 태국 국가경제 사회개발위원회(Office of The National Economic and Social Development Council)가 작년 태국 실질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6.1%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감소 폭인 -7.6% 이후 22년만에 벌어진 최대 침체 폭이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를 맞아 2분기 GDP성장률 -12.2%를 저점으로 3분기 -6.4%를 거쳐 4분기 -4.2%로 점차 성장률 저하폭을 줄여나간 바 있지만, 수출과 관광분야’라는 양대 쌍끌이 업종의 실적부진이 역성장을 부추켰다. GDP의 절반을 점유하는 생산재와 소비재 부문의 물자 수출과 관광업을 포함한 대외 서비스의 수출 감소가 무려 -19.4%를 기록했다. 그나마 물자 수출 감소는 -5.8%에 그쳤으나, 관광업을 비롯한 대외 서비스 업종 분야에서의 매출 감소가 무려 -60%에 달했기에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올해 실질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지난해 11월에 예상했던 3.5~4.5% 수준에서 2.5~3.5%로 하향 조정된데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측은 기존 4.0%로 예측치를 2.7%로 조정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 다시 발발한 제2차 코로나 사태가 개인소비와 민간투자 부분의 둔화를 가져온데다가, 본격적인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문호개방 가시화 지연이 경기회복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 연초에 발표한 동남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비교해봐도 태국을 4% 수준대로 예측하고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은 6%대로 예측하고 있다. 동남아 경제 상황에 정통한 ANZ(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그룹은 해외관광객의 유입이 본격화 되는 시점은 빨라야 올해 3분기 이후가 될것으로 예상하면서 태국의 GDP성장률을 3%로 하향 전망했다. 태국 국가경제 사회개발위원회(NESDC)의 다누차 핏차야난 사무총장은 “내수 소비진작은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를 본격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코로나19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집단면역 조성을 위한 충분한 백신 공급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진사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세상에서 태국만이 안고 있는 문제이거나 해결책은 아니기에 왜 태국이 유독 다른 나라 대비 코로나 사태에서 더 깊은 손상을 입고 있는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친 대외 의존형 경제를 ‘수출주도형 경제’ 또는 ‘대외서비스 경쟁력 보유국’이라고 미사여구 격으로 바라보거나, 코로나 사태라는 소낙비만 지나가면 경제토대가 다시금 탄탄해져 태국 경제가 일어설 것이라고 치부하기엔 벌어지고 있는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경제상황 자체가 녹록지 않다. 1960년대 1차산업 위주의 저개발국가로 출발해 경공업 중심의 산업화와 국제화를 통해 태국이 1990년대 들어 중진국으로 발돋움하기까지는 저임금 국가 중에서 나름 항만, 도로, 전력, 통신 같은 하드웨어적 기초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상대적으로 앞선 것이 부각되었다. 그렇지만, 1932년 입헌혁명 이후 거의 4년 만에 한 번 꼴로 발생한 쿠데타로 ‘군정’왕국의 오명을 씻어내지 못한 채 흘러가는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의 정경유착은 중진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인적자원 육성과 신기술력 확충에 대한 재투자에 지속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 쌓여진 국부(National wealth)가 국가노동력을 고급화 시키는 인재양성이나 고부가가치 기술력 획득에 재투자 되기 보다는 정경유착의 한계 속에서 특정집단의 사유물로 귀속되는 현상을 보이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태국의 동부경제회랑(Eastern Economic Corridor)을 물류허브 중심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KLMV국가들이 사통팔달로 연결되는 모습. / 사진출처 : Greater Mekong Subregion 웹사이트 국가 노동력이 생산성이 낮은 1차산업에서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이되기 위한 투자는 미약한 반면, 그 나마 육성한 경공업 중심의 2차산업이 노동력을 끌어가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임금상승이 수반되어 노동집약 산업의 수익성이 줄어드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저임금 의존도가 높은 노동집약 산업 등은 인도차이나 반도 주변국에게 경쟁력을 빼았긴 형국이다. 게다가, 자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노동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산업의 ‘허리’ 격인 중간관리자와 고부가가치 기술력이 체득된 인력육성은 미흡한 채, 저임금 인력을 주변의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에서 끌어다 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국의 이러한 굴곡진 경제인프라 현상은 외국자본 뿐 아니라 태국기업에게서 조차 투자감소를 유발시켰다. 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이전에 GDP 대비 평균 30% 수준을 넘나들던 민간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두드러지고 있다. 태국 투자위원회(BOI)가 근래 발표한 2020년 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신청액은 2131억 바트(약 7조 88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54%나 줄었다. 그나마, 이 중 36%는 태국에 이미 투자인프라를 굳혀 놓은 탓에 재투자와 보완 신설투자를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두엉짜이 앗사와 찐찧 BOI 사무총장은 이달 초에 있었던 발표회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투자 둔화가 심화되었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도전이자 기회”라고 하면서 미래성장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1990년~2020년 태국 연도별 경제성장률. / 자료출처 : Macrotrends 또한, 태국정부는 지난해 17억 달러 (약 1조 8819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했고, 올해는 작년의 4배에 달하는 70억 달러(약 7조7490억 원) 규모의 경기부양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발표했다. 이러한 실질 금액 투자가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태국의 정치 사회적 민주화와 경제구조의 개선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방콕세설] 태국 리테일 마켓, 한국계 소매 유통업의 불모지?...미개척지 아니고?

2021/02/02 11:26:25

[전창관의 방콕세설] 태국 리테일 마켓, 한국계 소매 유통업의 불모지?...미개척지 아니고? - 해외 소매유통업체들의 철수사유를 반면교사로 국내업체 태국진출 발판 삼아야 어느 국내 일간지에서 “일본계 이세탄 백화점에서 부터 영국의 유통업체인 테스코까지 해외 소매업체들이 태국 현지기업과의 경쟁을 못이겨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보도를 했다. 일면 이해가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말을 ‘태국 현지기업들이 쳐놓은 진입장벽과 자국기업 보호망 탓에 외국 소매유통업체들이 걸려들어 허우적 대다가 퇴출당했다’라는 식으로 이해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 버젓이 'Made in Korea'와 '태극기'가 아로새겨진 한국 상품이 번역기에 의한 번역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인쇄된 상태의 POP물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진열 모습 / 사진 : 필자 최근 들어 일본계 ‘이세탄 백화점’이 철수했지만 주 이유는 소비시장 환경 부적응과 경영난 탓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태국의 양대 백화점유통 주축인 ‘센트럴그룹’과 ‘더몰그룹’의 의도적 ‘왕따’ 작업이 있었다고 믿는 이곳 현지 유통업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일본업체의 글로벌 경제위상 저하와 태국 내 일본인들의 구매력 감소도 한 원인이었고, 이세탄은 태국 뿐 아니라 일본 본토에서도 재작년 말에 후추(府中)점과 사가미하라(相模原)점 등을 연이어 폐점했다. 영국계 ‘할인점 테스코’ 역시 태국의 대기업 ‘CP그룹’이 인수키로 합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건도 테스코 영국 본사 측이 아시아 사업부 운영자체를 폐지하면서 태국과 말레이시아 사업을 동시에 접은 결과이다. 글로벌 대형 마트들이 해외에 진출해 일정 수준으로 규모를 키운 후 현지기업에 매각하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외에도 여러 외국계 소매유통기업들이 태국에서 부침을 거듭했지만, 현지기업을 포함한 여타 리테일 유통업체 대비 경쟁력이 부진해 퇴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효한 상황으로 보여진다. 태국은 해외 13개국과 FTA를 체결한 ‘대외 무역의존도 120%에 달하는 대표적 개방형 통상국가’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 한류의 진원지’로 K-컬쳐 콘텐츠, K-라이프 스타일 확산 중심국가일 뿐 아니라 한국 상품의 선호도 수위 국가이기도 하다. 태국하면 관광산업을 떠올린다. 하지만 태국의 2019년 기준 연간 관광수입은 3.38조 바트(약 1103억 달러)인 반면, 유통시장 매출액은 3.77조 바트(1232억 달러)로, 태국 유통시장의 규모가 관광산업을 상회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소매유통업의 꽃’이랄 수 있는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 수만 해도 전국에 8만여 곳이 넘는다. 외식, 쇼핑 여행 뿐 아니라 소규모 가족 형태의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자녀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두터워져가는 시장으로 소비성향의 서구화와 고급화가 급진전 중인 주목되는 시장이다. 어느 나라든 일정 수준의 자국 소매기업 우대 상황이나 정책 같은 것은 부분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봐도, 태국이 유독 유별난 외국계 소매유통기업 차별책을 쓴다고 여겨지는 근거는 없다. 그렇기에 결국은 ‘리테일 경쟁력 제고로 태국에서 소매유통을 파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서서히, 체계적으로 리테일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중대과제이다. 그저 태국 소매유통 시장은 ‘현지기업 등쌀로 얼핏 잘못 들어갔다가는 패가망신(敗家網身)하는 시장’이라고 둘러대듯이 이해하거나 피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뿐이다. 보수적 성향의 일본기업과 일부 유럽회사는 태국과의 정치경제적 연대감과 자신들의 제조력 그리고 B2B(회사대 회사 간의 거래) 친화력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으로 소매유통에서의 리테일 마케팅에 크게 중점을 두지 않다가 패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전자제품 소매 유통시장에서 소니 가전이 그랬고, 노끼아 핸드폰도 그 전철을 밟다가 어느 순간 제품 경쟁력 마저 줄어들자 급격히 태국시장에서 사라져갔다. 유통장악력만을 너무 믿고 제품을 유통업자나 백화점 등의 구매 집단에게 팔아 떠넘기는 행위, 즉 셀인(Sell in=제조업체로부터 유통업체로 판매되는 것)과 셀쓰루(Sell thru=소비자에게 판매되기 전 단계의 유통거래처 사이의 거래)에 집착한 반면, 정작 셀아웃(Sell out=유통업체로 부터 최종소비자에게로 판매되는 실판매) 관리는 등한히 했다. 소니와 노끼아 같은 제조업의 경우, 자신들의 ‘B2B 셀링 파워(Seller’s Power)’를 과신했고, 이세탄을 비롯한 일본계 백화점이나 일부 유럽 할인점 등은 ‘B2B 구매 파워(Purchasing power=구매력)’를 과신하며 몸집을 불렸다. 그 틈을 타 리테일마케팅 강화 전략으로 태국 내 전자제품 소매유통 부문에서는 한국계 삼성과 LG가 어느 순간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늘려 나갔다. 백화점 등 소매유통 분야에서는 센트럴그룹과 더몰그룹 그리고 빅씨슈퍼센터 등의 현지회사들이 몸집을 키웠다. 요는, ‘대기업 제조·판매업체의 태국 소매유통 확대전략 전개’와 ‘중소·중견 소매유통 업체의 기본적 리테일 전략’이 다를 수는 없다. 일본계 백화점들이 지난 반세기 가까운 태국 소매유통시장에서 줄줄이 패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소매유통 경쟁력(=리테일 마케팅) 부진과 약화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보아야 한다. ▲ 백화점 계열 슈퍼마켓 앞에서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판촉원 / 사진 : 필자 ■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매장형 유통망),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최근 들어 태국 역시 온라인 인터넷 시장 규모가 나날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위 이커머스의 발전에 있어 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태국 만큼 아직도 판촉인력(Floor sales man, Promoter)을 사용한 판매 인프라를 중시하고, 실제품 진열을 통한 이벤트 등 현장 체험 행사를 중시하는 나라도 드물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해도 물건을 배송받아 실제품을 확인하고서야 배달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비중이 아직도 높은 나라가 태국이다. 그렇기에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은 ‘진열’ ‘사람’ ‘행사’를 주요 중심축으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사실 어느 나라 시장이건 ‘제품력’에 자신감이 붙고 ‘브랜드’ 파워가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제대로 챙겨야 할 것은 ‘진열도’와 ‘판촉사원’ 역량 배양이다. 태국은 유난히 이 부분이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기에 태국에서의 리테일 마케팅력은 결국, <진열경쟁력 제고와 판촉사원 교육 그리고 판촉이벤트>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① 진열경쟁력 제고 진열도 관리의 핵심은,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진열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대에 올려 소비자의 시선을 끌게 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각적 진열(Visual Display), POP(Point Of Purchasing), IP(Item Presentation)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즉, 상품과 매장의 특성을 확연히 선보일 수 있게 진열해야 하고, 진열된 상품의 판매 포인트를 잘 시연하면서도 판매할 상품을 체계적으로 분류함으로써 쇼핑의 편의성을 제고해야 한다. 경쟁사 대비 프라임 로케이션 점유율을 높이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진열된 상품이나 목업(Mock-up)의 갯수가 많아야 매장 진열도(Shop Presence)가 제고될 기반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자사 진열품의 갯수가 경쟁사 대비 몇 %나 되는지(Display Share)와 각 매장 당 경쟁사의 판매 수량과 자사 상품의 판매 수량을 비교 및 관리하는 작업(In House Share)이 상시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 생일을 맞은 고객에게 무려 50% 할인행사를 시행하는 레스토랑 프로모션 포스터 / 사진 : 필자 ② 판매사원 관리 물건을 실제로 판매하는 것이 판매사원이다. 판촉사원의 판매력 동기부여를 위한 급여지급 수준(업계 평균 대비), 지급 방법(기본급과 모티베이션을 위한 인센티브 비중 관리). 제품교육(실제 상품에 대한 지식, 효능과 작동방법 등), 심지어 판매사원의 복리후생 정책까지 면밀히 챙겨 판촉사원의 규모와 질을 비용대비 효율을 감안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③ 판촉과 이벤트 운용 태국의 소매유통업계에서는 일본계 백화점들의 태국시장 내의 패퇴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를 대 소비자 프로모션 정책 미약으로 꼽는다. 태국 만큼 ‘원플러스 원 세일’ ‘시즌별 할인판촉’ ‘주기적 할인’ ‘각종 번들품 제공’ 그리고 ‘회원 할인제도’등을 다양하고 꾸준히 시행하는 시장도 흔치 않다. 일본계 소매유통 백화점 등은 태국 현지 리테일 판매 유통 대비 판촉과 이벤트 운용에서 현저히 보수적이었고, 그 결과가 여러 해 누적되며 태국 소비자들의 인기를 잃었다는 시각이 두드러진다. 이를 반면 교사화하여 판촉과 이벤트를 강화하되 투입비용 대비 판매효과를 비교 분석해가며 시행해야한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 내에서 두드러지게 고령화 사회 진전과 저출산 추세가 현저한 나라이기에 의료용품, 건강보조제 그리고 웰빙제품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 또한, 급속한 출산율 저하로 유아용 식품 및 용품류 구입 고급화가 소득수준 대비 크게 상향되고 있으며 환경보호 관련 천연성분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산층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해당 제품들의 판매기회도 늘고 있다. 따라서, 비단 요식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그 외 우리나라 소매유통들이 진출해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위와 같은 기본기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수 있다면 대외개방형 경제체제에 걸맞는 소매유통업 진출 확대의 기회는 열려있다. 세계적으로 제품력을 인정받는 각종 한국상품과 서비스가 태국의 소매 유통점들을 통해 보다 많은 판매 확대가 이루어 질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음에랴.

[방콕세설] 일본계 백화점유통 태국 흥망성쇄 연대기

2021/01/21 12:20:15

[전창관의 방콕세설] 일본계 백화점유통 태국 흥망성쇄 연대기 라차담리 다이마루 백화점(1964년 12월 개점)에서…MBK센터 도큐백화점(2021년 1월 말 폐점예정)까지 ▲ 1월말 폐점되는 도큐 백화점 MBK센터 매장 전경.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 ‘도큐백화점 MBK 센터점’이 1월 31일 폐점한다. 1985년에 방콕 최중심부 사얌센터와 MBK쇼핑센터 사이에 세워진 지 35년 만의 일이다. 방콕 지상철 시대의 랜드마크 건축물인 사얌 환승역과도 연결되어있는 특급 상업지대에 위치한 일본계 백화점이 또 다시 전격적으로 문을 닫는 것이다. 2019년 기준 1억9천3백만 바트(약 71억원)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러해에 걸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폐점키로 했다는 태국 일간지들의 보도이다. 이에 앞서 2015년 6월에 세워진 ‘도큐백화점 시나크린 파라다이스 매장’ 역시 산더미 같은 누적 적자를 못이겨 이미 재작년 1월말에 폐점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이 달 말에 폐점키로 공지된 도큐백화점 MBK 센터점은 일본에서 고속철 사업을 전개해 벌어들인 막대한 도큐그룹 자본으로 시부야 점, 키치죠지 점, 타마 플라자 점, 삿포로 점 등을 운영중인 대기업 도큐(東急) 주식회사 계열의 백화점이지만 심각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 태국서 운영되던 도규백화점 매장 두 곳의 잇따른 폐점은 사실상 태국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유통의 철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일본 백화점 유통의 흥망성쇠 연대기 상의 신호탄이나 전개과정의 불상사 만으로 볼 수 없는 막바지 침몰 단계에 이른 것을 뜻한다. 초기 태국에 진출한 일본 백화점 유통의 효시는 1964년 ‘다이마루 백화점 라차담리 매장(2000년 폐점)’이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다이마루 백화점 프라카농 점(1987년 폐점)’이 1981년에 들어섰다. 1984년에는’ 소고 백화점(2000년초 폐업)’이 방콕 최고급 백화점 탄생을 선언하며 오픈했으나 일본 본사가 무리한 차입경영과 밀어붙이기식 사업확장으로 도산하면서 태국내 판매거점도 함께 사라졌고, 지금 그 자리에는 태국계 아마린 플라자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1989년에 문을 열었던 ‘젠 백화점’ 역시 자신들이 입주해 있던 월드 트레이딩 센터 쇼핑몰의 태국계 센트럴 백화점에 합병되었다. 이후 1991년 라마 9세 거리의 ‘야오한 백화점(1997년 폐점)’ 역시 IMF외환위기가 닥치자 마자 문을 닫았다. 1992년에 오픈해 태국 진출 일본계 기업들의 전성기에 호황을 누리던 ‘이세탄 백화점’ 마저 2020년 말에 폐점을 앞둔 창고떨이 세일을 수 차례 실시한 후 간판을 내리고야 말았다. 이쯤되고 보니, 태국 내 일본계 백화점 이라고는 이제 막(2018년 말) 아이콘 사얌 쇼핑몰에 입주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한 곳만 덜렁 남았는데 그나마 아이콘 사얌 쇼핑몰 내에서 가장 썰렁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이 입주해 있는 ‘아이콘 사얌’ 쇼핑몰을 지은 ‘사얌피왓 그룹’ 소유의 ‘사얌 파라곤’ 쇼핑몰에 입주해 있는 ‘더 몰 백화점’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나돌 정도다. ■ 필자가 태국에 첫 발을 디딘 1995년 즈음에는 방콕의 고급 쇼핑센타 유통 거점들이 일본계 백화점으로 점철되어 있다시피 했다. 당시 가전제품의 세일즈 마케팅이 주업무였던 탓에 툭하면 일본 백화점 유통사 매입담당 바이어들과 마주치곤 했다. 그럴 때면 은근히 전자제품을 매입해주는 ‘갑’의 입장인 일본인들 앞에서 ‘을’로서 기(氣) 겨루기 하느라 땀을 빼곤했다. 특히, ‘소고백화점’, ‘야오한 백화점’, ‘이세탄 백화점’ 등은 그들이 '바이어(Buyer)’였고 필자는 전자제품을 그들에게 납품해야 하는 일종의 ‘납품업체 직원(Seller)’이었기에 어느 정도 기죽는 모양새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국에 발령 받아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오한 백화점이 태국에서 철수하더니, 이후 방콕에서 일본 백화점 유통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급기야 재작년 말에 막 진출한 다카시마야 백화점만 덩그러니 남은 채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방콕의 도큐백화점이 지난 달 폐점 결정을 발표하면서 현지 일간지들 취재한 기사에 담긴 폐점의 변(辯)도 참 기괴했다. “바트 강세로 외국인 여행객 수가 줄더니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 이 급감해 닫는다고…” 솔직히 이 폐점 사유는 잘 믿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MBK 쇼핑센터에 물건 사러왔다가 집에 가는 전철 타려고 도큐백화점을 관통해 사얌 전철역으로 가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도큐백화점에 쇼핑 또는 외식하러 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언제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기에 말이다. 그러니 ‘그간 여러해에 걸친 누적적자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가 트리거 방아쇠로 작용했다’고 한다면 몰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철수 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가는 폐점의 변(辯)으로 보아진다. ▲ 짜오프라야 강변의 아이콘사얌 쇼핑센터의 모습. / 사진출처 : Icon siam 제공 ■ 이로써 태국내 일본계 백화점 유통은 짜오프라야 강변에 새로 생긴 아이콘사얌 쇼핑센터에 불과 2년 전 입주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한 곳 만 덜렁 남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새로 생긴 일본 브랜드 소비재 진열 위주의 유통 채널인 타카시마야 백화점 조차 아이콘 사얌 쇼핑센타 내에서 참으로 인기가 없어 파리를 날리는 형국에 처해 있다는 것.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아이콘 사얌 쇼핑센터 자체는 지난 달 전철 연장선이 쇼핑센터 건물 앞까지 개통되었기에 손님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는데도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소위 태국에서 장사 할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요인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인지 전철이 들어온 후에도 그다지 집객도가 달라진 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국 사람들이 그저 일본 상품이라면 사족을 쓸수 없다는 전제하에 무작위로 진열한 것 같은 안일한 기조 속에서 꾸며진 듯한 판매 상품 라인업(Product)’에, 상품의 가치나 서비스에 비해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묻지마 고가 가격 포지셔닝(Price), 게다가 태국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밋밋하기 그지없는 판촉안(Promotion), 마치 한국의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을 영등포 뒷골목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진열입지(Place) 등으로 점철된 '타카시마야 백화점'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 점점 깃털 빠진 수탉 같아진 태국의 일본계 백화점 유통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쇼핑센터들의 태국 내 위상이 이렇게 지리멸렬해졌나 싶을 정도이다. 이러다가는 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 '오십년 남방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태국산천은 의구하되 일본 백화점 유통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련가 하노라...' 하며 격세지감 넋두리 라도 해댈 날이 머지않아 올 것 만 같음에랴. 그런데 이 히노마루 일본기 겉히고 로컬유통 깃발 만 나부끼게 되가는 태국 유통시장에 신남방정책을 기조로 한 전술·전략 앞세우며 진출해야 할 우리나라 백화점 유통사들은 도대체 '동창이 밝고 노고지리 우지지는데 상기 아니 일고 뭐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 아이콘 사얌 쇼핑센터에 입점되어 있는 타카시마야 백화점의 식품 매장 모습. / 사진출처 : Icon siam 웹사이트 • 로컬유통들이 만만치 않게 텃세 부리는 땅이어서 여차하면 큰일날까봐 안들어간다구요?... → 그렇다면 일본 안들어가며 주춤대던 러시아, 중국, 인도에서의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의 약진은 뭔가 말입니다. • 일본이 저리 나자빠지는 걸 보면 로컬 유통 텃세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인데 일본도 못해낸 것을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어떻게 해내냐구요?... → 나원 참, 언제 우리가 일본인들이 잘 해낸 곳만 뒤따라 다니면서 세계경제개발 협력기구가 산정한 세계10위 경제대국에 진입했었는지 말입니다. 무슨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와 전술·전략 이라도 제대로 시간들이고 비용 투자해 세워들고서 현지 유통 채널에 대한 철저한 스터디 후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일셈 치면서 본격적인 투자진출 시도를 한번 제대로 해 볼수는 없는건지… 촌부의 답답한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고.

[방콕세설] 해외에서 돈버는 ‘슬기로운 태국생활’을 위하여

2021/01/06 13:37:40

[전창관의 방콕세설] 해외에서 돈버는 ‘슬기로운 태국생활’을 위하여 ‘하려는 사업분야의 기본기에 얼마나 정통해 있느냐’와 ‘현지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자기 사업 분야에 어떻게 가미하느냐’가 관건 ■ 무슨 장사를 하고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가? 맹획이 칠종칠금했다는 땅 동남아, 그 중에서도 먼 듯 가까운 땅 태국에서 살다보니 이따금씩 ‘태국 땅에서 무슨 장사를 하고, 어떤 사업을 벌일 것인지’ 생각중인 분들을 만나곤 한다. 대부분 기존 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들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고 진출하려는 모습을 흔히 본다. 틀린 생각은 아니나 본말이 뒤바뀐 경우도 상당 수 눈에 띈다. 물론,“대외교역은 국가간의 산업별, 제품별, 서비스별 비교우위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무역원론 책자에서나 인용되는 이야기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 더구나 이 관점은 바다 건너 이국 땅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관점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고 발전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상대적 저개발국가에서 사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는 있다. 어차피 국가간의 산업분야별 발달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발전과 확산 그리고 이행단계의 상호간 시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눈꽃 빙수나 인생사진 촬영매대를 들여다가 해외현지에서의 영업에 성공할 가능성은 상품성 측면(Product)에서 클 것이다. ▲ 작은 규모의 소상공인 업종도 창업단계와 진행과정에서 점검해봐야 할 사항들은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판매할 상품의 '제품력 만들어 내기'다. / 사진출처 : 바리스타 코코하우스 ■ 그런데 왜 해외 현지 창업에 성공하기 어려운가? 첫째, 사업장 소재지의 국내외 여부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업자가 해당 제품의 제조,구매,개발 등이 전개되는 운영프로세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은 굳이 ‘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기업형 사업’이 아닌 식당, 제과점, 미용업소 같은 ‘소상공인 업장’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또한, <모든 마케팅의 시작은 제품력>이다. 제품의 품질은 광고나 프로모션의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본 요소이다. 제품력이 미흡한 상태에서 행해지는 영업이나 마케팅 행위는 사상누각일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이 <브랜드>이고, <디스플레이와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자영업의 대명사 같이 여겨지는 식당 창업의 경우라 하더라도 한 마디로, ‘음식맛(Product)’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구사해내는 기술(Technology)에 대한 확고한 습득이나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지식 없이 덤벼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주인이 꼭 직접 주방에 들어가 조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판매할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력과 사업진행 과정의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전반적인 식견 없이는 사업을 컨트롤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판매하려고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기술력과 노하우를 습득하려는 노력에 큰 비중을 둔 디테일한 준비작업이 사업시작 이전에 선행’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태국에서 카페를 창업하고자 한다면, 그야말로 중남미는 아닐지언정 태국에서라도 북부 커피산지인 치앙라이의 전문학교 바리스타 학과라도 입교해서 커피원두와 가공법부터 제대로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팔요하다. 그 과정에서 타업체와의 경쟁력 근간과 기틀도 자연스레 닦여질 것이다. 둘째, ‘차별화’만으로는 반짝 튀는 ‘깜짝쇼’ 흥행에 그칠 수 있다. 판매하려는 제품과 서비스의 총체적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부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4P(제품, 가격, 유통, 판촉)와 3C(자사, 경쟁사, 고객) 그리고 STP(고객세분화, 목표고객 설정, 고객군 속에서의 위치 정하기) 같은 기본 지식 함양을 대기업의 공산품 마케팅에만 적용되는 원칙으로 생각하지 않는 마인드 셋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는 골목장사를 포함한 모든 사업에 공히 적용되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외양은 다르게 표출되더라도 요식업을 포함한 소매사업(Retail) 과정 전반에 이러한 요소들이 상황별로 곳곳에 내재되어 있음은 당연지사다. 의외이고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해외현지에서의 사업이나 장사가 순조롭지 않은 경우, 대부분 현지 사정에 어두워서 라기 보다는 당해 사업의 기본적 프로세스에 대한 미숙지가 원인인 경우가 태반이다. 셋째, 무조건 한국에서의 방식을 고수하거나 세계표준만 따라가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나 (Globalization), 그렇다고 그저 현지방식(Localization)에만 맞추려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이 ‘취사선택적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일텐데 이는 해외 현지에서 돈을 벌기 위한 제 분야에 크게 유효한 관점이다. 식당을 창업하는 경우, 태국인들이 단맛을 선호한다고 해서 현지인들 입맛에 맞추느라 한식을 달디 달게 변형하는 것은 판매할 제품인 한식의 비교우위적 차별화 특성을 저버리는 참혹한 처사이다. 반면, 태국같이 소고기 비선호율이 높고 가성비 있는 양질의 소고기를 식자재로 구하는 것이 제한적인 나라에서 소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으로 메인 메뉴를 구성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 해외에서의 자기사업 성패는 해당분야에 얼마나 정통하려고 노력하느냐와 현지 사회문화적 특성을 사업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 사진출처 : software suggest ■ 태국 현지에서 창업시의 애로점, 태국문화의 특수성은? 인력부문을 보면, 태국인 피고용인들의 지각이나 결근 등 근태 유동성이 큰 편이며, 다양한 목표사안에 멀티태스킹적으로 접근해 동시에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내려는 마인드가 취약하다. 각종 산업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간관리자 계층의 형성이 미약해서 기획력을 발휘해 추진해야 하는 업무에 합당한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다. 실업률이 1% 내외인 나라가 태국이다. 단순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수급 조차도 쉽지 않은데다가 이직률도 높다. 업무지시를 할 때, 정확한 템플릿 형태로 해야 할 바를 적시해 주거나 결과 도출 시점을 정해주지 않으면 결과물 산출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다발한다. 태국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문화 속에서 개개인이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을 존중하는 안분(安分)주의에 기초한 속성을 가진 사회다. 획일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전체의 효율적 성과를 얻어 내는 것에 익숙한 조직문화를 가진 한국과는 차이가 많기에 단기간의 빠른 성과에 치중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로서는 괴리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나 보다는 우리를 생각하기를 바라는 풍토를 가진 우리나라 대비, 태국은 산업화 진전도에서는 뒤져있지만 개인의 다양성이나 프라이버시 존중 측면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오히려 더 개방된 사고를 가진 사회라 볼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국민성의 나라여서 남들 앞에서의 질책은 금물이며, 상대방 의견에 이견이 있어도 섣불리 표출치 않는 고립적 사고방식을 가진 성향의 사람들 또한 많은 편이다. 외형적으로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출신과 교육정도 그리고 재력에 따라 실제적인 계층구분이 엄격히 유지되는 신분서열사회적 측면 또한 강한 사회라 볼 수 있다. 태국은 아직까지 재산 순위 상위 20%가 전체 국가 부(富)의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으며, 6,900만명 인구 중에서 500여명 정도가 전체 기업 지분의 35%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 넓고 다양한 기회가 산재해 있는 방콕. / 사진출처 : 필자 ■ 맺는 말 ‘취업’이든 창업이든 결국 중요한 것은 ‘가치창조(Value Creation)’이다. 취업의 경우도 조직 내에서 ‘가치’를 창조해내는 제대로된 기여가 없으면 오래지 않아 소멸되어가는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자기 사업은 취업보다 더 한층 ‘가치’를 만들어 내야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자신의 사업대상물에 얼마나 ‘부가가치’를 더해 나가는지(Value Added) 여부가 극명한 성패로 귀결된다. 뿐만 아니라 ‘취업’의 성패보다 ‘자기 사업’의 성패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결론지어진다. 장사든 사업이든 준비과정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까닭이다. 해외에서의 자기사업의 성패는 ‘당해 사업분야의 기본기에 얼마나 정통해 있느냐’와 ‘현지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자기 사업 분야에 어떻게 가미하느냐’에 달려있다.

[방콕세설]신남방 진출 지렛대…왜 태국 시장인가?

2020/12/22 16:35:49

[전창관의 방콕세설]신남방 진출 지렛대…왜 태국 시장인가? - 태국 진출기업과 소상공인들의AD(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 Disease)시대 맞이 변주곡 태국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동남아의 중심국가를 태국으로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인도네시아는 국민총생산 기준으로 아세안 제일의 경제대국인데다가 비록 소형비행기이지만 항공기 대량생산에 착수한 나라이고, 베트남은 근래 들어 자국 브랜드로 승용차 생산까지 시작한 국가인 동시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글로벌 판매물량의 절반을 생산해 내는 판국인데,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뜨는 베트남만, 지는 태국’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열보존성이 뛰어난데다가 쉽사리 눌어붙지 않는다’는 내마모성을 가진 ‘테프론 프라이팬’에 비교되곤 하는 특성을 가진 태국 경제의 저력을 만만히 볼 수 없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 아세안 주요국가 국민총생산 순위 및 구매력 기준 글로벌 순위표. / 자료출처 : IMF World Economic Out Look April. 2017 ■ 왜 태국시장인가?...태국의 국가 매력도 태국은 ‘아세안 2위 경제대국’인데다가 2억명의 인구를 포괄하는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국을 이어주는 ‘바트 경제권’으로 불리우는 역내 경제허브 국가이다. 동북아시아를 13억 인구의 인도는 물론 유럽과도 연결해주는 항공 및 해상교역 환승지라는 지리적 이점과 물류인프라를 가진 중간 기착지 국가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일컬어지는 연간 2백만대에 이르는 자동차 산업과 전기· 전자산업 분야의 밸류체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태국의 기간 산업이다. 태국은 무엇보다도 ‘B.C(Before Corona)시대’에 이미 해외여행객 4천만명을 돌파한 기록을 가진 관광대국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태국에서 접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은 다양한 형태의 브랜드 노출 확산 효과(Effects of Brand exposure)를 형성함은 물론, 태국을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들의 귀국을 통해 글로벌한 마케팅 거울효과(Mirror)를 형성해 주기도 한다. 한 마디로 태국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성공하면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연간 4천만명의 방문객을 통한 글로벌 버즈마케팅(Buzz Marketing)이 된다는 의미다. ■ 태국 시장 진출 한·일 연대기 인구는 소비를 의미하고 소비는 곧 생산과 판매를 유발시킨다. 따라서 인구가 많을수록 시장 규모는 크다. 소비자 가전업계에서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괄목할 만한 다양한 소비형태의 가전제품 구매력의 가처분소득 보유단계라고 말하는 1인당 5천 달러 상당의 국민소득 보유국은 아세안 국가를 통틀어 싱가폴(63,987 달러), 브루나이(27,871 달러), 말레이시아(11,137 달러)와 태국(7792달러) 정도로 국한된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4,164 달러)와 필리핀(3,294 달러), 베트남(2,740 달러)가 잇고 있다. ▶출처 : 2019 IMF 국별 1인당 GDP 기준 반면, 전술한 1인당 5천달러 이상의 소비력 진작 분기점으 넘는 상위그룹에 속한 나라들의 인구 수를 살펴보면 태국(6,900만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싱가폴(570만명), 브루나이(4십만명), 말레이시아(3160만명) 수준으로 태국의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출처 : 2017 UN인구기금 자료 기준 다시 말해, 1인당 국민소득과 인구라는 두가지 잣대를 고려 시, 제조된 상품을 다각적으로 소비해 내는 일정규모 이상의 ‘구매력 보유 인구 규모 측면’에서 태국이 아세안 국가 내에서 최고의 적정 수준으로 무르익어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경제 체제 면에서 인도차이나 반도의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이데올로기 시대의 공산·사회주의 체제였던 것에 반해 태국은 1932년 입헌혁명 이후 자본주의 개방경제 체제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지속적으로 표방해 나가고 있다. 종교적 측면에서도 태국은 대부분의 국민이 불교도임에 따라 상대적으로 종교적 규범에 얽힌 제한 사유가 적은 편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그리고 부르나이 등은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여서 짙은 종교적 색체가 사회 전체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도 있다. 이쯤되면 일본이 1970년대 들어 ‘엔고현상’과 대 유럽수출을 위한 ‘안티 덤핑’ 피해 방지 그리고 ‘GSP수혜(일반특혜관세)’라는 삼박자를 노려 동남아를 우회수출기지로 선택하면서, 그 중 태국에 전자제품과 자동차에 방점을 찍은 둥지를 틀게된 이유를 알 수 있다. 규모의 내수시장이 확보된 수출전진기지로서 태국은 최상의 매력도 보유국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 삼성전자 역시 “동남아의 지리적, 문화적 중심국가로 견실한 성장이 예견된다”면서 태국시장의 의미를 ‘미.중.러.독.인도’와 같은 강대국들과 같은 반열국가로 상정해 소위 ‘6대 핵심국가 1등화 전략’이란 것을 시행하면서 태국에 천문학적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동부경제회랑(EEC) 중점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맙타풋 산업단지 모습. / 사진출처 : 태국EEC 추진본부 ■ 태국은 지고 베트남이 뜬다? 둘 다 같이 띄우면 뭐가 문제… 그러다가 2011년 태국의 대홍수 천재지변을 전후한 군사쿠데타 발발 등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성장동력을 잃고 중진국 함정에서 허덕이는 태국의 현실을 지켜 본 삼성전자가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을 생산할 대규모 핸드폰 공장을 베트남에 짓기로 결정하면서 한국기업의 대 태국 투자진출에 야릇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부품의 조달처 일부를 인근국가로 분산시키면서도 태국을 지속적인 동남아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 본부 국가로 삼고 있다. 아세안 역내의 실세로 인정받는 일본의 동남아 지휘본부는 예나 지금이나 태국이라는 이야기다. 올해 파나소닉의 가전제품공장의 베트남 이전이 크게 뉴스화되었지만, 이 역시 파나소닉이 태국내 운영하고 있는 10개 공장, 20개 사업부 중 800여 명이 근무하는 2개 백색가전 대형제품 사업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을 뿐이다. 나머지 18개 사업부의 13,700 명의 종업원은 태국에서 가전소형물과 밧데리 제품 등 주력 부가가치 사업 생산공장을 태국에서 지속적으로 운영중에 있다. 또한, 태국 내 진출한 일본 전체의 해외 소비자 가전산업에서 파나소닉은 전체 가전산업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며 그외 전자제품 생산의 태반은 태국에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태국 내 진출한 한국 가전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을 뿐인데, 두 회사 모두 베트남으로 A/V제품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겼으며, 현재는 백색가전 제품만을 태국에서 생산중이다. ▲ '글로벌 파트너링 아시아 2020' 행사에서 태국의 자동차 · 전기전자 산업의 동향에 대해 한-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태국 관련업계 참가자들. / 사진출처 : KOTRA 코트라 방콕무역관 ■ ’선택과 집중’ 전략과 ‘지나친 쏠림 현상’은 다르다=신남방 정책의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 재점검을 위하여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로 불리우는 태국의 자동차산업 밸류체인 단지가 일본의 손아귀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일본 상사가 현대차의 태국 내 독점 판매권을 쥐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현대차가 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를 해외생산 거점으로 택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항간에 인도네시아 측에서 전기차(EV 산업) 부문에 대한 파격적 진출 혜택을 제시한 반면 태국정부는 일본 눈치 보느라 그랬는지 제대로 대응하는 제안을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어쨌거나 달마가 동쪽으로 간데는 늘 이런저런 이유가 있기 마련일테고. 그렇지만 언제까지 신남방 정책의 전개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라는‘흑묘백묘론’으로 몰고 갈수는 없음이다. 인도네시아를 정상외교와 현대차를 내세워 뚫었고,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 진출을 중심으로 공고히 했다면 태국은 바트 경제권과 전기·전자 및 자동차 밸류체인 파트너링쉽을 활용한 부품 공급과 기술력 제휴 교두보로 활용하고, 싱가폴은 금융정책 운영처, 말레이시아는 상업적 구매력이 가미된 이슬람 시장으로 운영하는 한편, 필리핀은 오랜 국교관계를 활용한 포괄적 관계정립 강화 등으로 국별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전체 동남아를 견인하는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내는 신남방 아세안 진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외경제의 실효성 있는 진출기반 운영이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이다. 대기업 뿐만이 아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사업거리까지 창출해 내는 실제적이고도 전술적인 신남방 진출 발판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낙수효과(落水效果/Trickle-down economics) 역시 획득되어 질 것임을 다시 말해 무얼할지 싶다. 기저에 맞닥트린 코로나사태의 복판에서 신남방정책의 전략적 국별 포트폴리오 구축을 다시금 다져 나가기 시작하면 얻어질 반사효과(Reflection Effect)도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먼 듯 가까운 나라 태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먹거리를 찾아내는 작업이 보다 입체적이고 탄탄한 매트릭스 구조를 갖춰 실행되기를 기대해 보면서, 그 과정에서 현지 재외동포들의 ‘슬기로운 태국생활’이 영위될 수 있는 기반도 함께 마련되는 일석이조의 바램을 가져본다.

[방콕세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지만, 태국에는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

2020/12/09 13:36:51

[전창관의 방콕세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지만, 태국에는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 -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고 하던데 태국에는 ‘콰이강’이 없다. - 콰이강이 없으니 ‘콰이강의 다리’도 자연스레 없음이고. 태국에 사는 한인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가봤음직한 깐짜나부리 주(州)의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이게 무슨 괴변이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해야하지 있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국에 콰이강의 다리가 없다니?... 그렇다면 그 유명한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The River Kwai March)’으로 청춘남녀의 심금을 울렸던 윌리엄 홀든 주연의 옛 명화에 나온 다리가 영화 속에서 지어낸 가공의 장소란 말인가?? ▲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The River Kwai March)’으로 유명한 위리엄 홀든 주연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 포스터 물론, 그건 아니다. 요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 본 2차대전 당시 연합군 포로수용소가 있던 태국의 깐짜나부리에는 '콰이강'이라는 강은 없고, 오직 '쾌(แคว)'강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다시말해 '콰이강의 다리'가 아니고 '쾌강(แม่น้ำแคว)에 있는 다리’, 즉 ‘싸판 쾌(สะพานแคว)’이니 말이다. 하긴 콰이강의 다리가 태국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방콕 시내 짜뚜짝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 곳에 가면 ‘싸판 콰이(Saphan Kwai-สะพานควาย)’라는 전철역도 있고, ‘할인점 Big C 싸판 콰이’까지 성업중이다. 일본군이 미얀마로 군수물자를 운송키 위한 교량을 방콕시내에 건설했을리는 만무하니… 이야기인 즉은 이렇다. 당시 미국영화 제작자가 영화제목을 "The Bridge on the River Kwai"라고 영문으로 칭하여 흥행시켰던 것이고, 우리나라의 영화배급사에서 그걸 그대로 따라 발음해 한글로 적어 "콰이강의 다리"라고 불러왔던 것인데... <실제 스토리 1> 지금부터 25년 전에 처음으로 해외주재 발령을 받아 태국에 나왔을 무렵,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콰이강(?)의 다리'를 찾아 깐짜나부리에 갔었다. 구글맵은 커녕 차량 네비게이션 비슷한 것도 없던 때인지라, 깐짜나부리 지역에 들어서자 마자 나는 인근 현지주민에게 물었다. - 나 : "싸판 매남 콰이 유 티 나이 크랍? = 콰이강의 다리가 어디에 있지요?" - 주민 : “마이미 = (그런 다리는 여기에) 없다.” - 나 : 헉, 그럴리가… - 나 : (식구들에게) "시골 촌사람들이라 그런지 참 답답하게 사나봐. 바로 지근에 있는 그 유명한 역사적 현장, 콰이강의 다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말이야, 투덜투덜...” - 나 : “그 서양영화에 나오는 다리, 2차 대전 때 버마로 향하는 군용 기차가 다니던 다리가 이 깐짜나부리 근방에 없다고요?...어쩌고 저쩌고...그게 말이되냐구요? 크랍~” - 주민 : “아~ '쾌강' 말하시나 보네요. 저쪽 방향으로 조금 만 더가면 나옵니다.” - 나 : “헐~ '콰이강'이 아니고 '쾌강'이었어??” 이건 25년이나 지난 너무도 옛 이야기니 십여년 전에 겪은 이야기 두어 개 더 보태본다. ▲ 태국에 사는 내·외국인이 모두 즐겨 마시는 맥주 Singha Beer <실제 스토리 2> 태국에서 내·외국인 할 것없이 사랑하는 맥주 '비야 씽'... 캔에 새겨진 이 맥주회사 창립연도가 무려 1933년인데, 태국의 짝그리 왕조를 전제군주제에서 현행 입헌군주 체제로 바꾸어 놓은 입헌혁명이 일어난 것이1932년인 바, 그 이듬해에 맥주공장을 지었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태국인들의 맥주사랑도 만만치는 않음이다. 군사정변이 일어나 전제군주체제가 입헌군주제로 바뀌는 난리통에도 맥주공장 세울 사람은 세우고, 그 맥주 사 마실 사람은 사마시고 그랬다는 이야기인데, 어쨌든 그건 그렇고, 비야 씽(เบียร์สิงห์/비야=맥주 & 씽=사자)을 영문으로 'Singha'라고 표기한다고 덩달아서 '씽하' 맥주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다. 뒷 'h'발음은 산스크리트어에서 차용한 단어의 흔적어로써 묵음처리 되어있기에, 태국인들은 '비야 씽'이라고 부른다. 그런데도 혹자는 여러해를 태국에서 살아도 꿋꿋이 ‘비야 씽하’이라고 칭하는데, 글쎄… 차라리 '사자표 맥주'라고 부르든가 말이다. ▲ 코카콜라와 더불어 태국의 남녀노소 즐겨마시는 음료수 Fanta. / 사진출처 : Positioning Magazine <실제 스토리 3> 태국의 남부지방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려고 후어람퐁 역에 도착해 티켓팅 중에 갈증이 나서 콜라와 환타를 진열해 놓고 파는 음료 가판대 노점상에게 환타를 달라고 했다. - 나 : ‘나랏말쌈이 듕귝과 닳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지라, ‘환타’가 아닌 ‘Fanta’인 것 정도는 안답시고, - 나 : “커~ Fanta 능 끄라뻥=환타 한 캔 주세요.)”라고 영어의 F발을 하느라 아랫입술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 - 상인 : 마이 미~(눈 앞 가판대에 진열해 놓은 것 뻔히 보고 있는데도 없단다.) - 나 : “니 응아이 라!=없다니, 그럼 이건 대체 뭐요?” - 상인 : “어~ 휀따~” 요즘 태국인들의 한국어 학습이 한류 붐을 넘어서 학문적 차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165개 고교에서 4만 5,000명 내외의 학생이 200여명이 넘는 현지인 교사들로 부터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학습하고 있다. 또한, 12개 대학 13개 캠퍼스의 대학생이 한국어학, 한국문화학, 한국어교육학으로 세분화하여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 쑤코타이에서 열린 '태국의 한국어 교육 발전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열띈 토론을 진행중인 태국인 한국어 교육자들의 모습. / 사진출처 : 주태 한국문화원 제공 지난달에 주태 한국 대사관이 주최한 ‘태국의 한국어교육 발전 모색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라는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행사의 토론 패널로 참가해 열띤 토론을 유창한 한국어로 벌이는 태국인들의 한국어 실력은 예전에 비행기 안에서 이따금 마주치던 어줍잖은 어투의 여승무원의 짧은 한국어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토론의 내용성은 물론이고 한국어 발음 측면 등에서 조차 여늬 한국인 학자들의 세미나에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깜짝 놀랐다. 이제 우리 태국 거주 한인들도 동방예의지국의 국민답게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언어를 보다 적확하게 구사하는 노력을 들여, 태국 땅에 발딛고 사는 사람들로서의 성의를 보이는 것도 한·태 민간외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맹획이 칠종칠금했다는 남방 땅 외지의 태국 땅에서 살아가다 보면, 태국에 대한 깍듯한 애정보다 애증(?)이 쌓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방인으로서 이 나라 사람들을 제3자 관찰자 시점으로 비평하는 속에서 개선점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것도 분명하고. 그렇지만, 그 와중에 현지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현지어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면 현지생활이 상대적으로 즐거워짐과 더불어 다방면에 걸쳐 이득이 되는 관점 포착도 훨씬 더 용이해 지리라 본다. ‘시암 파라곤’이 아닌 ‘싸얌 파라곤’ 백화점 가서 영화도 보고, ‘칸차나부리’가 아닌 ‘깐짜나부리’에 가서 ‘쾌강의 다리’도 보면서 골프도 즐기는 한편, 바다가 그리울 때는 ‘푸켓’이 아닌 ‘푸껫’에도 가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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